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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2

2021 Ala project by accompany

US2_media interactive installation_2021
Nov.23-Dec.17,2023

Accompany,O'rm_Busan, Jeju_Korea

지난 세기 의학, 과학, 산업 등의 급속한 발달 기저에는 인간의 이 지구에 대한 이기적인 욕망과 우월성이 지배하고 있다. 지구 환경의 모든 형태는 변형되었으며 그에 따른 하나의 증상으로 펜데믹을 맞이하게 된다. 불행히도 이는 단발적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앞으로 닥칠 불안한 현실의 시작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혹자로부터 지구의, 인류의 한계를 듣기도 하고, 문명의 대전환에 관한 예측을 심심치 않게 듣기도 한다. 물론 펜데믹 이외에도 우리를 위협하는 많은 현상들이 존재한다. 하루하루 다르게 들려오는 기후의 급격한 변화, 동물들의 집단 패사, 식량의 부족, 공기의 오염,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현상들은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한 집단적인 공포와 함께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트라우마를 넘어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 되었다. 바램하는건 이러한 것들이 인류세(Anthropocene)의 마지막 현상으로 정의되길 바랄 뿐이다.
자연스럽게 펜데믹 이후 급속도로 다가온 가상의 세계는 많은 화두를 던지고 있다. 우리는 이미 두 세계가 공존하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삶에서나 예술에서나 두 세계는 분리된 경계를 지니고 있다. 이는 단지 물리적 수용성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는다. 면밀히 살펴보면 우리가 지닌 가치들, 의미들이 이 두 공간에서 다른 형식으로 구동되고 있음을 느낀다. 현실 공간에서 ‘오염’, ‘사고’, ‘살생’, ‘폭발’, ‘전쟁’ 등은 매우 폭력적이고 현실을 위협하는 대상이다. 그러나 가상의 공간에서 이 의미들은 다른 방식의 존재감을 지니고 있다. 현실에서 통용되는 의미를 지닌 채 ‘화면전환’, ‘이야기의 전개’, ‘판타지’ 등 새로운 감각과 의미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어떤 방식으로 수용해야 할까?
가상의 세계는 현실에 존재하는 관계로부터 발생하는 저항 없이 그 자체만으로 존재하고 있다. 무엇에 의해 규정되고 기대어 의미 지워 관계의 무게를 지닌 것이 아닌, 훨씬 가벼운 상태의 대상으로 존재한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가상 세계의 존재는 훨씬 더 순수한 상태를 지니게 되는 것이라고 표현될지도 모른다. 집적되어 점층적으로 의미 지워진 것이 아닌 개별적인 알갱이들이 그 속을 부유하며 우연에 의해 결합하고 해체되고 있다. 그 속에는 의미뿐 아니라 중력도 존재하지 않는다. US 2 시리즈는 단발적인 형태의 전시가 아닌 2021년 US 2를 시작으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이다. 메타버스가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고, earth 2와 같은 가상의 부동산이 등장하여 물리적인 세계에 대한 의미가 상당히 모호해진 현재, 우리에게 새로운
규칙들의 필요성이 느껴졌다. US는 영어에서 ‘우리’를 가리키는 대명사이다. 그리고 발음상 ‘어스’는 지구를 가리키는 ‘earth’와 유사하다. 현실의 우리를 닮은 ‘우리’의 세계가 가상의 공간에서 펼쳐지고 있음을 은유적으로 나타낸 제목이다. 물리적 공간의 형태와 의미, 역사성 등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작업해온 태도는 갑작스럽게 맞이하게 된 펜데믹으로 인해 물리적 이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과거 지녀 왔던 작품세계의 한계를 경험하게 했고 이러한 경험은 ‘공간’을 모티브로 작업해온 지금까지의 사고의 한계를 인식할 수 있게 했다. 그렇다면 공간은 무엇인가? 무엇에 의해 정의되었는가? 그리고 그 속의 역사와 의미를 만들어 왔던 인간은 무엇인가?
나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가 속한 세계 -이는 현실과 가상을 모두 포함한 세계를 의미한다-의 규칙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가상의 세계는 디지털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매우 평면적이다. 또한 어느 철학자의 말을 빌려 매우 투명하다. 그러나 기계의 인간화, AI로 인해 언어와 추론 등은 더 이상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는 불문율은 깨졌다. 인간의 이성과 능력치를 선회하는 Ai의 능력은 마치 스스로 진화하고 있는 대상이라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물론 착각이 아닐 수도 있다. 내가 이성으로 인지할 수 있는 영역의 한계선은 너무도 선명하다. 이미 과학의 세계는 이해의 영역으로 도달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결국은 ‘창의’나
‘상상’의 영역에 기대여 측정할 수 없는 세계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나는 이러한 장치를 위해 인간이 오랜 시간 지녀온 습성, 시각적 익숙함, 철학적 사유를 사용하려고 한다.
현실의 공간에서 직면한 문제의식들이 가상의 공간에서 받아들여지는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이는 새롭게 구성될 가상의 공간에 대한 개인의 가치관을 형성시킬 것이다. 나름의 규칙과 규율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러나 확고부동의 의미들이 생성되기까지 우리는 미지에 세계에 대한 불안, 불편을 스스로 지켜봐야 할 것이다.
나는 매개자로서 현실 공간 속 시각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내재되어 있는 우리의 내부를 투영해 왔다. 이러한 작업의 형태는 가상의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개체들과 관람객들의 참여 그리고 알고리즘에 의해 만들어질 세계를 연결하는 매개자로서의 태도를 확장 시킬 것이다.
중국의 철학자 ‘노자’는 인간의 삶에 대한 태도를 ‘물’에 빗대어 지나침이나, 과욕이 우리의 판단과 삶을 그르친다고 했다. 끊임없이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부산물들은 물속에 혹은 공기 중에 녹아들어 오염시키고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생활방식과 소비 그리고 생산방식에 대한 근본적이고 중대한 질문을 던져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현실 공간에서 ‘오염’은 생존을 위협하는 대상이 되지만 가상의 공간에서 ‘오염’은 다른 존재이다. ‘오류’가 되거나 다른 형태의 ‘바이러스’로 읽혀 질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어떤 결론을 제시하려는 시도는 아니다. 윤리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환경에 대한 연구쯤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두 공간의 다양한 문제 제기를 통해 우리가 맞이한 확장된 세계에서 그사이의 경계를 경험해보고자 함이 이 프로젝트의 진정한 목적이다._ 정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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